지훈은 무거운 눈을 떴다. 오늘이 토요일이라 다행이었다. 적어도, 학교에 지각하는 불상사는 막을 수 있었으니까. 자연스레 몸을 일으키던 지훈은 외마디 비명과 함께 다시 침대와 한 몸이 되었다. - 괜찮아?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물어오는 순영. 지훈은 얼굴을 찡그렸다. - 안괜찮아. 하나도. 잔뜩 쉬어버린 목소리가 까슬까슬한 목에서 흘러나왔다. 지훈이 작...
- 아 끝났다... 지훈은 기지개를 켰다. 와... 오늘 하루동안 진짜 수고 많았다... 지훈은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손끝에 닿는 이질적인 감각에 잠시 그 정체를 헤아리다가 이내 픽 웃었다. 그 정체가 아침에 넣어둔 쪽지라서. 아, 그러고보니 권순영이 거기로 오라고 했는데. 만나자고. 지훈은 고민에 빠졌다. 갈까..? 고민은 그리 길지 않았다. 사실 ...
- 괜찮아요? 정신 차려봐요! 익숙한 대사로 시작하는 몇 번의 외침이 들려온다. 처음 들어보지만, 익숙한 목소리. 정신을 잃기 직전 훅하고 밀려들어오는 온기의 정체는 축 늘어진 손을 잡고있는 저 낯선 손이다. 사람이 갖을 수 있는 온기란 온기는 모두 내게 건너온 듯 처음 느껴보는 따스함. 편안하고, 기분좋은... 가이드? 폭포 속으로 헉...
- 권순영 선수 출발 전에 휴대폰을 확인하고 있는데요, 선수들이 이렇게 경기전에 휴대폰을 할 수도 있나요? - 노래를 틀고 있는 것 같은데요, 권순영 선수가 출전한 이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종목의 경우에는 선수들이 노래를 들으면서 경기에 임할 수 있습니다. 가야지, 하는 코치님의 목소리가 들린다. 여전히 반응없는 폰을 끄고, 네가 좋아하는 음악을 귀에 한가득...
같이 산지도 벌써 한달이 넘어간다. 한달 동안 같이 숲도 가고 바다도 가고 자연이 크게 펼쳐진 곳을 여러번 방문했다. 차곡차곡 쌓은 마나는 지훈이 가진 통을 어느 정도 채울 정도가 되었고, 그 정도 채운 후에는 더 이상 어딘가를 가지 않아도 되었다. 그렇게 되니 자연스럽게 지훈은 집 안에 틀어박혔다. 순영도 바빠서 더 어디 가자는 이야기를 하지 못했고. 그...
학교도 아니고, 제대로 된 방학이라고 할 수 없는 학원방학. 정말 말 그대로 하루나 많아봐야 이삼일 정도만 쉬는게 보통이다. 겨우 하루 이틀가지고 방학이란 말을 붙이는게 웃기다는 이야기다. 그래도 순영의 경우 주말에 공휴일을 끼고 방학을 지정했더니 일주일 정도를 쉴 수 있었다. 그 황금같은 기간에, 그것도 그 기간이 시작된 그 날, 시골집에서 지훈을 발...
안녕하세요, 권순영입니다. 그러니까 저는 며칠 전 돌아가신 할머니 댁에서 짐을 정리하는 중이었습니다. 그러다가 고급스러운 책을 발견해 읽던 중, 책 속에서 쏟아져나온 빛에 눈을 가렸습니다. 빛이 사라진 후 제 앞에 나타난 건 다름 아닌 자신을 정령왕이라고 소개하는 어떤 귀여운 남자였습니다. 그 후 별다른 대화를 나누지 않았는데 픽하고 쓰러지기에 혼자 둘 수...
- 순영아 - ... - 갑작스럽게 찾아와서 미안해. 사과하려고 왔어. - 사과? 지훈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 지금 사과하는 게 무슨 소용이 있냐 얘기하면 할 말이 없지만, 그래도 해야 할, 아니 하고 싶어서. 지훈은 제 말을 정정했다. 순영의 얼굴이 살짝 일그러진다. 지훈은 달라진 순영의 얼굴을 눈치채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괜찮을 거라...
이상하다. 어느순간부터 네가하는 모든 것들에 설렘이 느껴지지 않는다. 따스하게 잡아오는 네 손도, 사랑한다 속삭여 오는 달콤한 말도, 내 입술 위로 살며시 내려앉는 네 입술도, 더 이상 설레거나 행복하지 않는다. 항상 작게, 혹은 크게. 웃고있던 내 얼굴에서 차차 미소가 사라져 가는게 내 스스로도 느껴진다. 순영아, 나는, 너를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걸까....
*** 배구부 순 X 선도부 훈 *** 수요일. 순영은 수요일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그날은 다른 날의 2배가량 쏀 훈련을 하기 때문이고, 사실 더 큰 이유는 지훈의 아침선도가 수요일엔 없기 때문이다. 어쨌든, 그게 중요한건 아니고, 순영은 원우와 지훈에 대해 생각보다 많은 얘기를 했다. 원우가 누구보다 지훈을 알고 있기도 했고, 순영이 궁금한걸 본인한테...
*** 배구부 순 X 선도부 훈 *** 배구. 지훈이네 학교는 배구부로 유명했다. 배구 전용 강당이 있음은 물론이고, 학교 배구부 또한 실력이 뛰어난 탓에. 시설이 있다는 이유로 다른 학교에서 친선경기 같은 것을 하러 오기도 하는데, 오늘이 바로 그 날이다. 옆 학교와 친선경기가 있는 날. 관중은 많을수록 좋다는건지, 시합은 점심시간에 시작했다. 그리고 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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